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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 re:MARS 컨퍼런스

Index.
6월 20일부터 6월 24일까지 라스베가스 아리아 호텔에서 개최된 Amazon re:MARS 학회에 다녀왔다.
나와 동병상련인 대학원생들 혹은 기업의 연구원들이 발표하는 자리인 학술대회는 발표하러 여러번 다녀왔지만 빅테크 기업에서 개최하는 학회는 처음이라 매우 기대됐다.

1. Amazon re:MARS

아마존이 주최하는 학회명은 re:MARS로 Machine Learning | Automation | Robots | Space의 앞글자들을 딴 명칭이다. 이름만 봐도 아마존이 추구하는 방향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학회 첫 날 등록데스크로 가는 입구를 찍은 사진이다. 등록 절차 역시 빅테크스럽게 마련되어 있었는데 사람이 많고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사진은 없다. 간단하게 말로 설명하자면, 테블릿이 여러개 놓여져있고 빈 테블릿에 가서 직접 메일을 입력해서 신청자임이 확인되면 테블릿에서 즉석 사진 촬영을 한다. 그러고나서 등록 목걸이와 함께 각종 웰컴기프트를 받고 끝!

2. re:MARS 세션들

인상 깊었던 부분들만 간추려서 작성하려고 한다.
빅테크 명성답게 학회장이 매우 컸다. Amazon re:Invent 학회보다는 작다고 하던데 나는 이렇게 큰 규모의 학회가 처음이었다. 세션들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1층부터 3층까지 호텔 전역에서 세션들이 진행되었다. 그래서인지 세션장소 안내도 하고 후기도 받을 겸 아마존에서 제작한 앱을 다운받으라는 메일을 받았다.
앱을 통해서 내가 참석하고자 하는 세션들을 내 캘린더에 넣고 캘린더를 통해서 세션 시간과 장소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세션 시간 전에 간다고 해서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세션장마다 봉사자분들이 목걸이에 입력된 NFC를 스캔했고 이를 토대로 참여 인원수를 파악한 다음, 자리가 꽉 차면 입장 마감을 칼같이 하셨다. 그래서 못 들어간 강의가 몇 개 있다. 일찍 갔지만 줄이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시 생각해봐도 속상한 경험이었다.

2.1. Robots&Space

이번 학회에서 역시나 주목받는 건 로봇과 우주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로봇조차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은 벌써 로봇과 우주산업이 많이 상용화 된 상태라는게 신기했다.
이번학회 최고의 스타였던 보스톤다이나믹스의 스팟(왼), 테크쇼에 출연한 다양한 로봇들(가운데), 우주개발에 사용되는 로봇(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톤다이나믹스의 스팟이 학회에 참석한 로봇들 중 인기가 가장 많았다. 별도의 세션도 있어서 참석했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스팟은 무빙센서로서 현재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보스톤다이나믹스가 위의 사진과 같은 모델을 제공하면, 개별 회사들이 그 위에 카메라나 별도의 센서들을 올려서 활용할 수 있는 듯 했다. 스팟은 대채로 사람이 하기엔 위험한 일이나 24시간 점검이 필요한 일들에 활용되고있다.
역대 우주복 변천사 전시(왼), 자율주행 F1 자동차(가운데), 자율주행미니카 대회(오)
스팟 외에도 현재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사용 중인 로봇들과 개별 회사들에서 개발한 로봇들이 학회에 방문했다. 좀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로봇의 범위가 우주까지 확장된 점이었고, F1 자동차에도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 등을 장착한 자율주행머신을 설치해서 성능한계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부분들이 신기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정말 수많은 회사들이 로봇과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2.2. Keynotes

키노트 세션장 가는 길이 우주 같다(왼) 재밌었던 키노트 세션들(위, 아래)
키노트 세션은 정말 큰 홀에서 매일 아침 9시에 진행되었다. 확실히 학술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개별 세션들도 그렇지만 평소에 만날 수 없는 각 회사의 CEO/CTO분들이 직접 회사 기술과 비전, 그리고 어떻게 AWS와 함께하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키노트는 총 3일간 각각 2시간 동안 진행됐고, 한 사람당 15분에서 30분씩 발표를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회사의 비전과 기술을 들을 수 있었고, 미국이 그리는 현재와 미래를 쉽게 알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리고 역시나 로봇과 우주산업군이 가장 많았다.
아직도 생각나는 특이한 회사가 하나 있다. 뉴럴바이오링크를 연구하는 Synchron으로 사람이 머리에서 생각한 다음 입을 거쳐서 나오는 언어과정을 바로 머리대 머리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회사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서웠는데, 의식은 있지만 말을 못하고 몸을 쓸 수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라고 하니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일들이 미국에서는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놀라웠다.

3. re:MARS 참여 후 느낀점

10개나 넘는 세션에 참여한 까닭에, 모든 내용을 일일이 요약하고 후기를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학회에 대한 전반적인 느낀점을 남긴다.
우리가 미래라고 말하는 대부분이 미국에서는 이미 현재진행 중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선진국이고 미국은 강대국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로봇과 우주산업이 이에 해당된다. 물론 누리호 성공과 함께 우리나라의 우주산업도 열리게 되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SmallSat 학회에서 봤던 D-Orbit이라는 우주산업분야 회사를 이번 학회에서 다시 보았는데, 엄청 성장해있었다. 그리고 2017년도에 ‘저게 되겠어?’라고 내가 생각했던 대부분의 것들을 이루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로봇 역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들로 인해 봇물 터지듯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물류창고의 경우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새벽배송이라는 특수한 커머스 형태가 있어서 로봇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력을 쓰는 것이 가성비가 높다고 한다. 이외에도 스팟 같은 로봇들의 경우도 반도체 제작 라인이 스캔될 우려로 인해 사용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 현대자동차에서 인수했으니 곧 국내에서도 곳곳에 쓰이지 않을까 기대된다.
모든게 SaaS다. Amazon도 전부 사스화 하고 있고, 우주도 벌써 사스화 되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스로 될 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Amazon이 이번 학회에서 여러 기업들을 초대했고, 그 기업의 CEO/CTO분들이 세션을 맡아 발표를 진행했다. 전부다 AWS를 사용 중인 회사들이었고, Amazon으로 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었다.
Amazon은 이번 학회를 통해, ‘어려운 서버단은 우리가 다 할테니까 너네는 앱단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이 즈음 되면 AWS를 한 번도 안 써 본 회사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우주산업도 벌써 SaaS다. 앞서 말한 D-Orbit이 Cargo 서비스를 SaaS로 만들어서 벌써 우주에 보내버렸다. 다시 생각해도 5년만에 이 정도의 성장이라니 놀랍고, 5년 동안 나는 도대체 뭐했나 슬펐다.
확실한건 D-Orbit 외에도 Amazon이 수십개의 우주산업 관련 회사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심지어 Amazon은 자체 그라운드 스테이션도 소유하고 있다. 지구를 넘어서 우주까지도 아마존이 우위를 선점하려고 하는게 확연하게 드러났다. 왜 미국 정부가 빅테크 독점을 제재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정부 위에 빅테크기업이 존재한다라는 말이 가능한 나라다.
몇 년 전까지 큰 화두이던 AI가 이제는 당연한 도구가 되었고, 메인 도메인이 로봇과 우주가 되었다.
MARS에서 M, 머신러닝 세션은 몇 개 되지도 않았고, 세션 장소도 25명 정도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장소였다. 다시말해 머신러닝은 이제 당연한 방법론이자 도구가 된 셈이다. 미국은 머신러닝을 토대로 로봇/우주를 개발하고 있었다. 여기서 당연하다는 말을 다시 표현하자면 ‘모르면 안된다'를 뜻한다.
머신러닝 세션은 Amazon의 AWS 연구원들의 발표가 주를 이루었는데, 다음과 같은 질문이 청중들 사이에서 자주 나왔다: “혹시 그것도 API로 해주면 안될까? API 계획 없어?” 그리고 청중들 대다수가 엔지니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대부분 컨설턴트, 세일즈, 마케팅 쪽이었고, 간혹 엔지니어들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세션 후에 AWS 연구원분들에게 메일을 보내면 발표자료와 전체 코드 및 AWS를 활용한 시스템모델을 친절하게 보내주셨다.
한국에서 열리는 기업 컨퍼런스들과는 생각과 방향 자체가 아예 다른게 너무 신기했다. 생각의 범위와 깊이 자체도 한국과 아예 다르다는 부분이 새롭게 와닿았다.
사람이 직접 검색하는 시대는 곧 끝날 것 같다.
Amazon Alexa를 보고 느꼈다. 그 동안 나는 왜 검색을 사람이 직접 기기를 통해서 해야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영화 <아이어맨>의 자비스가 머지않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름만 알렉사인 자비스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구글은 더하겠지..?)
세션과 세션 사이에 혼자 앉아서 열심히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을 건다. ‘뭐 들었어? 연구분야야? 이것도 관심 있어? 무슨 일해? 다음은 뭐 들을꺼야?’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는데 재미있다. 오랜만에 비슷한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자체가 신이났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 여기와서 다양한 한국분들도 만났는데, 그분들이 현재 자리에 있기까지 다양한 선택들을 했다는게 흥미로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청춘이고 무궁무진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묵묵히 내 길을 헤쳐나가고 있으면 따라오는 것들이 차차 보이는 것 같고, 현재의 일이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구는 정말 재밌다. 편한 마음으로 왔다가 연구흥미가 다시 불타올랐다.
re:MARS 덕분에 도메인도 다시 잡고, 그 동안 놓치고 있던 EdgeAI 부분들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교수님과는 잘 못 지낼 것 같지만, 박사학위는 마저 끝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오늘 교수님께 이메일을 드렸다. 글또 첫 다짐글에서 작성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글들을 앞으로 작성하게 될 것 같다.
박사유학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꿈을 접었는데, 오랜만에 그 꿈이 다시 생각이 났다. 좀더 크게 꿈을 꾸면서 세밀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 한동안 무기력감에 빠져있었는데, Amazon re:MARS를 다녀온 덕에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나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나는 박사유학 중이어야 되는게 맞았다. 그런데 코시국과 다양한 상황들이 맞물리는 바람에 계획이 흐트러졌었다. 설상가상으로 연구실 환경과 맞지 않은 상태에서 박사유학만 바라보며 버텨왔는데 모든게 물거품이 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었다. 그래서 박사수료만 하고 연구실을 나오게 되었다.
최근에 석사 때 고생하면서 받은 토플점수가 만료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만료된 토플 점수를 보면서 한동안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꿈, 저런 꿈 다양한 목표들을 다시 설정하고 도전해봤지만 그 때만큼의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이렇게 내 꿈이 접혀가는구나, 이렇게 어른이 되는건가 등등 센치한 생각들이 오랜시간 나를 잠식했는데, 이번 학회가 그 모든 부정적인 마음들을 날려줬다. 아마 나는 다시 연구원의 위치로 돌아갈 것 같다. 그 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20살부터 꿈꿔왔던 바를 한 번에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Amazon re:MARS 2022은 평생 잊지 못할 학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