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글또 7기 마지막 글이다. 분명 녹음이 짙은 5월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글또 7기 다짐글에서 작성했던 내용을 얼마나 지켰는지 뒤돌아 보았는데 지킨게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나의 글또 7기가 실패한 건 아니다. 오히려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 결과 방향과 성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글또 7기 동안 나의 고민들
1/ 업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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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초반에 커리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일과 그 방향에 대한 고민이었다. 글또 초기에는 요새 떠오르는 블록체인 쪽을 업으로 삼아볼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다짐글이 그와 관련된 글이었다. 하지만 이내 곧 해당 분야에 대한 나의 생각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3편의 글 이후로는 블록체인 관련 글은 작성하지 않았고, 긴 시간 고민 끝에 지금하는 머신러닝 연구개발이 재미있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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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고보니 고민이 간단히 끝난 것 같지만 꽤나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접해보면서 결과적으로 내가 머신러닝 연구개발과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는데 사적인 부분이라 간단히 작성했다.
2/ 완벽과 완성 사이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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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과 완성에 대한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은 고민이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거나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2주에 한 번 오는 글또 마감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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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완성하고 그 후에 수정을 해가라고들 하지만 글을 작성할 때는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개발을 할 때는 빠르게 완성하고 최적화를 시켜가는 일을 반복하는게 익숙한데 희안하게 글을 작성할 때는 이게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글또 내내 마감일이 다가올 때마다 완벽과 완성 사이의 갈등을 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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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편하게 써도 되는 에세이 종류의 글은 고민없이 한 번에 쓰고 제출했다. 문제는 논문 리뷰나 개발 관련 글인데 최근 <트랜스포머 깊게 파헤치기 시리즈> 글을 작성하면서 그 갈등이 심했다.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글을 제출하는 나 자신이 용납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창피했다. 그래서 7월에 시작한 트랜스포머 깊게 파헤치기 시리즈를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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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8기가 시작되기 전에 글에 대한 나만의 완벽 기준을 먼저 정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 갈등은 반복될 것 같고 또다시 엄청난 스트레스에 파묻힐 게 뻔하다. 어디까지가 완벽이고, 어디서부터가 집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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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립한 기준 중 하나는 마감일이 2주에 한 번 오니 1주는 빠르게 완성하고 2주는 퇴고를 거듭해서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인데 만약 논문리뷰 글을 작성한다면 엄청 바쁠 것 같다.
오랜만에 다녀온 학회 re: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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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첫 해외학회에 참석하는 기회가 생겼다. 6월 21일~24일까지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된 아마존 re:MARS 학회였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 내가 걸어갈 방향에 대한 포부를 다지고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녀와서는 <Amazon re:MARS 컨퍼런스> 후기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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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에서 알게된 아마존 ML 연구원님과 온라인 미팅을 했었다. Federated Learning에 대한 연구내용과 이를 AWS에서 제공하는 패키지로 만드는 방향과 아키텍처 및 코드에 대한 미팅이었다. 내가 100%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던 탓에 조금 버벅거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같은 목적으로 대화를 한다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게 아니라 준비 중인 사람에게도 올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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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논문리뷰나 기타 다른 개발 글 작성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어디가서 나는 이만큼 할 줄 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두려움이 공존해서 쉽게 무얼 할 줄 안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설령 말했다해도 그 뒤에 따라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하지만 이때의 미팅을 통해서 내가 잘하지 못해도 좋은 리더와 동료를 만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팅 후에 <기회는 준비중인 사람한테도 온다> 라는 글을 작성했다.
간신히 하나 만든 슬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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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에 다녀온 후 머신러닝 논문 리뷰를 다시 시작하면서 트랜스포머 논문 깊게 파헤치기 시리즈를 작성하기로 다짐했다. 더불어 글을 쓰고 난 뒤 해당 내용을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링크드인에 공유하기도 결심했고 총 3부작이 될 시리즈 중 글또 7기 동안에 간신히 한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공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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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대신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공유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글보다 슬라이드가 보기 편하고 그래서 파급력도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링크드인 알림이 불이 났던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ML분야의 새로운 인연들도 닿을 수 있었다.
재미난 경험 feat. 리쿠르터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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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를 할 때마다 신기한 경험들을 조금씩 해왔는데 이번에는 무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채용담당자로부터 인턴 프로그램 연락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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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사기꾼인가?’ 였고 그 다음은 ‘나를 왜…?’ 였는데, 다행히 사기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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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내년 초에 6개월 동안 런던에서 거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불발되었다.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서 나름 인정 받은 기분이 들었고 잃어버렸던 자신감의 20%는 되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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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도 너무너무 아쉬운 기회였다. 재택은 안되냐니까 오피스 출근이 되어야 된다고 했다. 재택은 펜데믹 상황을 봐가면서 하는거라…일단 와야된다고…너무너무 아쉽다.
글또 운영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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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수에서는 글또 운영진 활동도 했다. 물론 초반 이후로 다른 활동에는 참여를 못했지만, 운영진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근황을 들으면서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조금 더 재밌게 활동했어야 됐는데 일과 연구개발에서 다시 방향을 잡고 달리다보니 다른 활동들에 시간 할애를 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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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운영진 활동에서는 커피챗을 담당했었다. 처음 진행하는 커피챗에 많은 분들이 재밌게 참여해주시고 호응도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커피챗을 통해 나도 새로운 분들을 만났는데 두 분 다 커리어와 인생의 선배로서 다양하고 현명한 관점의 이야기들을 나눠주셔서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었다. 뚜렷한 목적 없는 단순한 만남을 좋아하지 않아서 친구들도 자주 안 보는 편인데 글또 커피챗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만남이어서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나의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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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한대로 글또 초반에 WHY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구체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다음은 하던 머신러닝 연구개발이나 열심히 하는거다. 머신러닝의 여러 분야 중 정한 도메인은 추천시스템이다. 다른걸 둘러봐도 추천시스템만큼 재미있고 비즈니스와 맞닿아 있는 분야가 없다. 나의 커리어의 끝이 어디가 될 지 모르지만 추천시스템 머신러닝 연구개발자로서 시작한 커리어를 잘 확장 시켜가야겠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좋은 리더와 동료를 만나고 싶고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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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2022년도는 앞서 작성한 글인 <100일 챌린지>를 성공하는게 목표이다. 벌써 20일 정도 지났는데 아직 제대로 하고 있는게 없다. 80여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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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일단 내 돈이 들어가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 역시 급진적인 성장의 최대 동력은 보상인 것 같다.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버는게 목표가 아니라 자동화 된 시스템을 만들면서 컴퓨터와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하는 게 주된 목표다. 물론 주식도 날아오르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