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journeys to plan
Five hundred twenty five thousand six hundred minutes
How do you measure a life of a woman or a man?
Remember the love...
- Seasons of Love, Rent by Jonathan Larson
52만 5천 6백분이라는 2021년의 시간들 중에 가장 빛났고 가장 어두웠던 일들 모두 돌아보니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기쁨과 슬픔, 약간의 분노 등의 소소한 감정들 역시 오늘의 나를 있게한 감정들이었다. 그럼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회고를 남겨보려고 한다.
이 회고의 목적은 단순히 "좋았다 혹은 싫었다"격의 단순한 편 가르기가 아니라, 2022년의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성장해야되는 지, 더 나아가서 무얼 할 것이고, 해야만 하는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임을 명시한다.
2021년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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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5일 결혼한 날이다. 하용호라는 사람을 수많은 사람들 중에 엄청난 우연의 우연으로 만나고, 그 사람과 한 평생 미래를 결심하게 된 날이기에 2021년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2021년 최악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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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북어국과 데이터'에서 언급했듯 이 날 받은 연락이 2021년 최악의 순간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고, 그 누구도 겪어서는 안되는 일이었기에 그 때 당시 깊게 분노했었다. 그래서인지 미련도 안남고 후회도 없고 관심마저 없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에게는 좋은(?)일이 되었다.
2021년 최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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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많이들 안다. 연구실 대탈출이 2021년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오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나왔고, 연구실을 나와 좀 더 재미나고 다양하게 성장하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하다.
2021년 최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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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고 선택한 직장이 가장 안 좋은 선택이었다. 다들 스스로를 잘 모르기에 처음은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선택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11개월 더 어렸고, 더 엉망진창이었기에, 안 좋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 덕분에 조금 더 완숙한 나로 2021년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하다.(선택과 경험은 주관적이니 일반화는 지양한다.)
2021년 가장 슬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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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서 독립을 하고나니 우리집 댕댕이가 이제는 나를 못 알아본다. 내가 그렇게 놀아줬는데...똑똑한 강아지 6위라며...왜 날 못 알아보니...
2021년 나에게 배움을 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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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내 고정관념을 철저히 부서준 만남이 최근에 있었다. 과거의 만남에서 대화 주제가 화장품, 브랜드, 제 3자들로 기억되던 지인의 연락이 부담스러웠었다. 하지만 그 날 나는 "사람은 변할 수도 있다" 라는 큰 배움을 얻었다. 그 날의 대화는 현재보다 미래에 있었고, 개인의 성장과 목표, 사회의 발전, 우리와 자연 등 깊이가 깊었다. 바뀐 지인의 모습이 매우 낯설었지만, 현재에 대한 정보 없이 과거를 기반으로 만남을 피하려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만남이었다.
2021년 감명 깊게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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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 올해 최고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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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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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최고의 영화다. 이 글을 작성했던 12월 23일까지만 해도 아직 스파이더맨을 못 봤던 터라 "듄"을 최고의 영화로 뽑았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마블 광팬이다. 3명의 스파이더맨, 이하 삼파이더맨의 영화는 당연히 전부 봤다. 그리고 MCU의 멀티버스 개념을 흥미롭게 생각하면서 주기적으로 찾아봤는데, 이번 스파이더맨이 삼파이더맨과 그 외 마블의 모드 서사를 잘 담아냈다. 굉장한 완성도를 보여주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설레였고, 또보러 갈 계획이다. 2021년의 막을 스파이더맨과 내리게 되어 영광이었다.
2021년 인상 깊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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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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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하루라도 젊을 때 읽어서 다행이었다. 올 해 읽은 책 중 단연 최고이자, 여기저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그냥 읽고 끝나면 안되고 삶에 직접 적용해 봐야 그 가치가 빛이 나는 책이다.
2021년 최고의 배달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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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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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카페이다. 커알못이 마셔도 최고의 커피임을 알 수 있다. 무얼 시켜도 실패할 일 없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커피들이지만 맛은 고급지다. 동네에서 마셔 본 커피 중 최고였다. 직접 방문해 본 적도 있는데 매장도 꽤나 괜찮았다.
2021년 처음 해 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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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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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계란 후라이도 해본 적 없던 내가 결혼하고 요리를 해보았다. 의외로 요리를 잘해서 모두가 놀란 2021년이었고, 가장 최근의 성공적인 요리는 카레이다(오뚜기 3분 카레 아님. 큐민 가루 넣고 토마토랑 당근 갈고 노동이었음.) 슬픈 소식은 내가 요리를 잘하는 걸 알게된 용호가 이제 아주 가아끔만 요리를 해준다.
2021년 새로웠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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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콘텐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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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인싸력 제로인 내가 처음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작성해서 여기저기 공유해보았다. 논문리뷰였고,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공유였지만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았다. 무엇보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나 역시 엄청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내년에 다시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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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쿠키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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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쿠키를 만들어봤다. 처음 접해보는 반죽의 느낌과 질감 그리고 다양한 재료로 쿠리를 장식하는 일들까지 모든 과정이 새로웠다. 뇌에 신선한 자극이 되었을라나?
2021년 재밌었던 게임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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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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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시대의 낙오자였고, 이는 게임에서도 변치 않았다. 동물의 숲을 이제서야 해봤고, 너무 재미있어서 용호가 걱정하고 있다. 걱정은 넣어두고 같이 게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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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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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용으로 할 수 있고, 미니 핸들로 하는 카트라서 너무x100 재밌다. 용호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재미가 배로 더해진다. 그리고 용호가 이렇게 게임을 잘 할 줄 몰랐다. 못하는 게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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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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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같이 해야되는 루미큐브! 재미있지만, 이 역시 용호가 너무 잘한다. 처음 못하더니 갑자기 혼자 부흥했다. 아무튼 저희 집에 놀러오시는 누구든 같이 마리오 카트와 루미큐브를 해야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젤다의 전설'을 조용히 외칠텐데, 이건 며칠 전에 시작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문명'이랑 더불어 진입 허들이 다소 있다.
2021년 가장 좋았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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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약 4개월 가량의 시간이 가장 좋았다. 읽고 싶던 수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다양한 지식들을 여러 매개체를 통해 습득할 수 있었다. 배우고 싶던 일들을 배우기 시작했고 다시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신혼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포근한 시간이었다. 4개월이 단순한 공백이 아닌 내년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에 사용되어 굉장히 좋은 쉼이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꽤나 다채롭고 재미난 2021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바빴고 누구보다 여유롭던 2021년이었다. 2021년은 이제 넣어두고 2022년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기이다.
2022년도 다짐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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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와 더 많은 시간을 따스하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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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장 대화가 즐거웠고 가장 재미나게 논 사람이 용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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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적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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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사람을 점차 정량화해간다.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정량적이지 않기에 나는 정성적 가치를 제대로 보는 안목을 기르며,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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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현명한 언행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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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서른을 벗어난다. 내면에는 여전히 동심과 재미를 가득 안고 있지만 조금 더 다듬어진 내가 되길 빌어본다.
2022년도 계획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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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책을 읽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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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에게 사람의 뇌는 우주보다 더 신비롭다. 그래서 아무래도 뇌과학, 인지과학, 행동, 심리와 더불어 인류, 문명, 사회와 도시의 발전, 자본 등 다양한 책들을 더 읽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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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에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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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꿈꿔온 바가 있다. 과거에는 도구력이 부족해서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접어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구력도 생겼고, 어떻게 하면 되는 지에 대한 안목과 훌륭한 조언자들이 옆에 생겼다. 때가 된 것인가! 거창하게 말했지만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라 일단 시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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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을 다시 챙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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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4개월간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이래저래 지친 이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를 정비해야 될 때에 사소한 일들로 감정이 소비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다시 열심히 챙겨 나가려고 한다.
다짐과 계획은 남은 21년도를 돌아보며 조금씩 더 구체화 하려고 한다.
얼마남지 않은 2021년도를 후회하기보다, 또는 바쁘게 후다닥 마무리하기 보다, 사랑하는 용호와 함께 2021 소소하고 따스한 언어들로 마무리하고 싶다. 다가오는 2022년은 진취적이고 최선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수 있게 후회없는 52만 5천 6백분의 시간들로 채워나가야겠다.